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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성열의 AI경제] 양자와 바이오 기술이 만나 열리는 의료 신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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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일 2025-11-13 조회수 50
언론사 KPI뉴스 원출처(링크) URL 바로가기
주제(태그) #2025 바이오미래포럼

양자(量子, Quantum)와 바이오(Bio) 기술이 융합해 의료계에 새로운 세상이 열리고 있다. 양자 컴퓨팅을 이용한 신약 개발과 양자 물리 기반의 바이오 센서는 더 이상 먼 미래의 공상과학 발명품이 아니다. 실제 의료 현장에서 양자 바이오 기업의 제품으로 사용되고 있는 현재진행형 기술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회는 관련 행사를 잇달아 열고 양대 첨단기술의 산업화 현황과 제도적 보완점을 점검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12일 서울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2025 바이오미래포럼'을 개최해 신약개발, 정밀의학, 제조·파운드리, 규제제도까지 각론별로 한국의 바이오 전략을 상세하게 논의했다. 네이버 헬스케어연구소장이 기조강연을 하고 CJ제일제당바이오연구소, 한국바이오협회 등 민간 전문가들도 대거 참석해 민관이 함께 헤쳐 나갈 현안과제들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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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자와 바이오 기술이 융합하며 의료계에 혁신이 일어나고 있는 모습을 표현한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국회도 지난 5일 여의도 국회 박물관에서 한국표준과학연구원과 함께 '양자 국가 전략기술 포럼'을 열고 양자 기술의 패권적 지위와 전략적 활용 가능성을 두루 탐색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인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국감 중 딸 결혼식 축의금을 피감기관으로부터 걷었다는 의혹에 휩싸였을 때 "양자 공부하느라..."하고 해명한 바로 그 행사다. 개인적 행실은 그렇다 치더라도 양자 기술의 국가안보상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오랜만에 국회의원다운 처신을 한 예로 볼 수 있다. 공동주최자로 민주당 김현·황정아, 국민의힘 최형두 의원도 이름을 올렸다.

올해는 UN이 지정한 '세계 양자과학기술의 해'로, 양자역학 탄생 100주년을 맞아 양자 기술의 상용화와 산업화 원년으로 주목받고 있다. 양자 기술은 군사부문뿐 아니라, 기후변화·에너지·의료 등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의료계는 인공지능(AI) 전환을 발 빠르게 실천하면서 디지털 바이오헬스케어에 고전적인 AI 학습과 양자 알고리즘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도입해 신약개발 및 센싱의 신경지를 개척 중이다. 퀀텀 바이오의 구체적인 사례를 하나씩 들어보자.

신약 개발은 표적 물질을 찾아 상용화에 이르는 장기간·고비용의 과정이다. 신약 하나를 개발하기 위해 평균 17년의 개발 기간과 4조~5조 원의 비용이 소요되지만, 성공 확률은 1만 개 후보 물질 중 3개에 불과하다. 전문적으로는 표적 발굴 및 검증(Target identification and validation), 유효물질 도출(Hit Discovery), 선도물질 최적화(Lead Optimization), 전(前)임상 및 임상시험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실험실에서 숙련된 화학자의 경험과 감각으로 채택되던 후보물질이 약 10년 전 인공지능(AI)의 등장으로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탐색 가능해졌다. 알파폴드와 같은 단백질 구조 예측, 리인벤트 등 분자 생성 모델, 가상 스크리닝(Virtual Screening) 및 물성 예측 분야에서 혁신이 일어난 것이다. 그러나 AI 역시 고차원 이종 데이터의 결합, 인과관계 추론, 전역(全域) 최적화 문제 등에서 계산 복잡도 증가로 '컴퓨팅 절벽'에 부딪힌다. 2진법 반도체 작동에 의한 고전적 컴퓨팅 계산 원리는 AI가 생물 및 화학 시스템 내에서 발생하는 원자 단위의 양자역학적 현상을 정확하게 모델링하는데 한계로 작용한다.

이에 양자 컴퓨팅(Quantum Computing)이 신약개발의 차세대 패러다임으로 부상하고 있다. 양자컴퓨터 계산은 중첩(Superposition), 얽힘(Entanglement), 간섭(interference) 같은 양자역학적 원리를 이용해 고전 컴퓨터가 처리하기 힘든 고차원의 확률분포 학습과 복잡계 최적화 문제를 병렬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방대한 화학공간에서 최적의 약물 분자 구조에 대한 탐색을 더 효율적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IBM 같은 빅테크뿐 아니라 인실리코 메디슨, 자파타 AI 등 바이오 전문기업들도 양자 컴퓨팅 기반 신약개발 플랫폼을 본격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이미 고전적 딥러닝과의 하이브리드 구조를 통해 실제 합성·실험까지 연결된 사례가 등장했다. 양자 컴퓨팅은 표적 발굴에서 분자 생성, 예측, 시뮬레이션까지 전주기를 아우르는 새로운 신약개발의 언어가 될 가능성이 크며 이는 제약·바이오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한다.

양자 바이오의 또 다른 유망 분야는 양자 센싱(Sensing)이다. 양자 센싱은 미세한 양자 결맞음을 활용해 극도로 미약한 환경 신호를 고감도로 감지할 수 있는 측정기술이다. 이 같은 특성은 생체 시스템을 교란하지 않으면서 미세 생화학 신호, 초미약 자기장 변동, 나노스케일 산화환원 등을 정밀하게 탐지해야 하는 생명과학 및 의생명 분야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양자 터널링 현상 기반의 살아 있는 세포 내 생체분자 모니터링 기술이 대표적이다. 양자 터널링이란 입자가 자신이 가진 에너지보다 높은 포텐셜 에너지 장벽을 통과할 수 있는 현상으로, 고전역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양자역학적 현상을 말한다. 금속 나노입자에 생체분자를 결합해 빛을 쬐면 전자 터널링 효과로 산란 스펙트럼 흡수가 일어나며 생체분자를 검출할 수 있게 된다. 또 스핀 기반의 양자 바이오 센싱은 현재 주류인 자기공명 형광 검출을 대체할 차세대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이처럼 양자 바이오는 생명의 본질적 메커니즘을 탐구할 수 있는 21세기 핵심 연구 분야로, 진단·치료·생명 연장 등 의료기술에 엄청난 발전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물리, 화학, 생물학, 광학 등 다종학제간 융합이 필수적이다. 선진국들은 양자 바이오 연구시설을 최근 몇 년 새 잇따라 설립하며 발 빠르게 기반을 닦아가고 있다. 우리도 미래 유망 과학기술로 선정한 양자와 바이오가 따로 놀지 않고 공통분모를 찾을 수 있도록 종사자와 정책 지원자의 일대각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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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성열 논설위원

● 노성열은

30여 년 경력의 경제부 기자로 산업계와 인공지능(AI)을 주로 취재했다.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정부 부처 및 경제 단체를 출입하면서 삼성, 현대, SK 등 대기업과 중소벤처업계 현장에서 발생하는 뉴스를 다루어왔다. 일본, 법제도, AI를 포함한 첨단 과학기술 등이 주 관심분야다. 언론계뿐 아니라 학계에도 진출해 지식재산권(IP) 인식 제고와 공학교육 개혁에 매진하고 있다.

△KAIST 공학석사,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일본지역학 석사, 고대 법대 및 한국외국어대 일본어학과 학사 △1991년 문화일보 입사 △북리뷰팀, 법조팀, 산업팀장, 전국(지방자치)부 부장 △한국지식재산기자협회(KIPJA) 회장(2024~)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외부협력 총장 보좌역(2024.6~) △영국 옥스퍼드대 VOX(Voice From Oxford) 한국지부 대표(2024~)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과학과 기술' 편집위원(2023~) △국가녹색기술연구소 정간물 편집위원(2024~) △식품의약품안전처 정책자문위원(2020~2022)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데이터미래전략위원회 미래정책분과 자문위원(2021~2023)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인공지능 활성화 방안 연구' 총괄위원(2023) △주요 저서: 뇌 우주 탐험(이음, 2022), 인공지능 시대 내 일의 내일(동아시아, 2020)

출처 : KPI뉴스(https://www.kpinews.kr)